태안.. 기름의 바다라는것을 처음보다. 일상 / 넋두리

엊그제 아실분은 아시다시피 저는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교회분들끼리 갔는데. 저와 제친구 한명.. 그리고 목사님, 사모님.. 집사님 2분에 어르신 한분 이렇게 해서..
총 7명이 갔지요..

일단 8시에 출발해서 10시 가까이 되어서 천리포에 도착했습니다..
서해는 밀물 / 썰물 시간이 있기때문에 빨리빨리 시작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기름을 걷어내는 작업은.. 오후 2시가 넘어가면 밀물이라 불가능..)

자원 봉사 하실분이 이렇게도 많이 오셨더군요.. 20만이 넘게 왔다갔다 했다고 했으니..

재빨리 국밥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콩나물 된장국에 김치를 올려서 그냥 숟가락으로
휘휘 섞어서 먹었답니다.. (사람이 많기때문에 설거지 문제로 반찬이 따로 없습니다..)

일단 노오란 우비와 맞는 장화.. 그리고 장갑을 끼고 변신을 실시..

왠지.. 범죄자가 되어버렸군요.. (쿨럭..)... 진짜 범죄자같아.. 무서워(....)


기름 방제벽 하나만 덜렁 놓고 기름을 걷어냈습니다.. 흡착포도 없이 저희는 가지고간 헌옷무더기로 기름을
걷어냈답니다. 알고보니 흡착포는 현재 심한 피해를 입은 만리포과 그 주변지역에 집중되어있어서..
천리포, 백리포 같은 지역에 배분할 여유분이 없다고 하더군요..

사고가 난지 거진 한달가까이 되가니까.. 좀 나아졌겠지 라고 생각한 저의 기대는 산산히 무너졌습니다.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바닷가.. 그거 정말 괴로운 일이더군요.
처음에 검은 바위밖에 안보이길래 색깔이 원래 그런건줄 알았는데.. 알고보니..윗부분 하얀색이 바위색깔..
그 밑에 있는 검은색은 기름이 범벅이 되어서 그렇게 된것이라고..

검은 줄기의 오일라인들이 쳐져 있었습니다.. 검은줄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길래.. 미역인줄 알았는데..
(미역님 죄송..)
알고보니 그게 기름줄이더군요..

한참 걷어내고 다른쪽가서 걷어내고 있으면 또 생기고.. 또 생기는 검은색 오일라인들...
벌써 모래 밑 1m 20cm 정도까지 스며들어서 물이 흐르면 흐를수록 계속 배출된다고 합니다.
언론에서"완전복구에 적어도 20년 이상" 이라고 말하는걸 보고 과장된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걷어내고 걷어내도 끝이없다보니.. 정말 1세대는 지나야 복구시킬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걷어내고 걷어내도.. 또 생기고.. 또 생기는 지치지 않는 기름때들..
실업자들에게 일당 주고 일을 시킨다면 "평생직장"이 보장될지도..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한 두시간쯤있으니 머리가 아프더군요.. 저는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플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우의를 벗고 기름과 멀리 떨어진곳에서 있으니 괜찮더군요..
원유의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팠던거라는걸 알았습니다.

아직은 목숨이 붙어있는 가재.. 실제로 보면 기름투성이 범벅에.. 움직이는것도 기운없어보이고.
정말 주변에 숨이 막혀서 올라온 바지락들.. 소라들이 많더군요.대부분은 기름에 쩔어서 죽어있었지만.

정말 일을 그다지 힘들게 하지도 않았는데.. 기름냄새탓인지 약간 피곤함이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원유에 불을 붙여서 싹 태워버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실제로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주변 곳곳에서보이는"선배상하라" "서민어부들을 모두 버릴셈이냐?" "삼성은 책임져라" 등의
현수막들이 마음 아팠답니다.

국가 보상도 판매 영수증을 가져와서 그걸로 평균 계산을 해준다니.. 그렇다면 직접 잡아서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굶어죽으란 소리인지..

초동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특히 사고를 낸 당사자들은 네탓이니 하면서 떠맡기고..
기름이 세고 있는데도 응급조치도 안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는 선원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해봤습니다.

자원 봉사자도 부족해서 유급아르바이트까지 동원해서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아르바이트 안생기면 여기에 내려와서 계속 일하는것도 괜찮겠구나.. 돈을 받던 안받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도 비위가 그다지 강한편은 아니지만 할만했고.. 저보다 연약하신 여성분들도 더 많이 일하시더군요.
아직 봉사하지못한 다른분들.. 혹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두려워서 실행하지 못하는 분들..

괜찮습니다! 저도 했습니다! 만약 겁나시면 저에게 연락주세요..

같이 가서 봉사하자구요!

이렇다는걸 말씀드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덧글

  • 케이루스 2007/12/29 22:20 # 삭제

    좋은 일 하시고 오셨군요 :)
  • 우르 2007/12/29 22:41 #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쪽은 열심히 닦다왔는데, 여긴 더 심했군요;;
  • 미역 2007/12/29 23:53 #

    수고하셨습니다:D

    ...중간에 있는 조오 사진은 뭐 얼핏보고 저도 저인줄 알았네요...으하하;
  • 무념무상 2007/12/30 08:43 #

    제가 가면 10분 일하고 20분 머리 아파서 쫓겨나 있을듯..(...)

    참 답 안 나옵니다.
    둘 다 잔 거 같은데..
  • 2007/12/30 21: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레몬향가득 2007/12/31 01:14 #

    전 저번주 토욜날 갔다왔죠 'ㅅ'/

    모항갔었는데 기름이 끝내줬더라는……;;;
  • 玄月夜 2007/12/31 20:50 #

    음 ... 저도 군대에서 가는게 있었는데, 막상 식당 근무가 있어서
    못간다고 하더군요 ..[..]
    그래서 2차를 뽑으면 갈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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